NGO와 조직의 생존
Grodsky, Brian. 2007. “Looking for Solidarność in Central Asia: The Role of Human Rights Organizations in Political Change.” Slavic Review 66(3):442-462.
(기능주의는 거대담론이며) 조직이론은 조직이 생존을 위해 행동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음.
이 글은 비민주국가에서 외국 자금이 시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많은 연구들이 외국 지원이 현지 단체의 목표와 활동을 왜곡시켜 국내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시민사회의 자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고 지적해왔다. 이는 서방 국가들이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그러나 탈공산권의 ‘색깔혁명’ 사례는 외국 자금이 실제 정치 변화를 촉진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며, 저자는 이 모순을 ‘정치화의 유형’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려 한다.
저자는 시민사회의 자원 의존성이 항상 해롭다고 보기보다, 조직의 정치화 성격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외국 지원을 받는 단체는 종종 후원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탈정치화되고, 국내 대중과의 연결이 끊어진다. 이런 경쟁적 환경에서 NGO들은 후원자 중심의 활동(보고서, 워크숍, 홍보 등)에 몰두하며, 서로 불신하고 협력하지 못하는 ‘원칙적 고객주의’ 구조를 형성한다. 결과적으로 외국 지원은 시민사회를 분열시키고, 정권 교체 이후의 민주주의 공고화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이를 두 가지 조직 유형(Type A, Type B) 으로 구분해 설명한다. Type A는 이념적 신념으로 민주화를 추구하며 대중 동원을 중시하는 반면, Type B는 권력 획득을 목적으로 외부 자금과 엘리트 네트워크에 의존한다. Type A 조직은 자발성과 대중성과 덕분에 자원 의존성에 덜 취약하지만, Type B 조직은 외부 지원이 끊기면 붕괴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민주화의 성패는 외부 자금의 존재보다, 그 자금을 활용하는 조직의 정치적 성격과 동기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이 논문은 공산시대 폴란드와 현대 우즈베키스탄의 인권단체 비교를 통해, 외국 지원이 시민사회에 미치는 효과가 조직의 “정치화 유형”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폴란드의 KOR(노동자방어위원회) 는 민주화와 인권이라는 공통 이념 아래 다양한 정치 성향의 지식인들이 결집한 Type A 조직이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의 인권단체들은 금지된 정당의 파벌이 생존을 위해 위장해 만든 Type B 조직으로, 권력 획득과 외국 자금 확보에 초점을 두었다. 두 나라는 모두 권위주의 체제와 강한 탄압, 경제 침체라는 유사한 조건을 지녔지만, 폴란드의 KOR은 대중 기반의 사회운동으로 발전한 반면, 우즈베키스탄의 인권단체들은 분열과 의존성 속에서 실패했다.
자원의 역할에서도 대조가 뚜렷하다. 우즈베키스탄의 단체들은 미국과 서방 NGO의 지원에 의존하며 후원금 경쟁에 몰두했고, 서로를 비난하며 분열했다. 자금은 정치 생존과 내부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며, 그 결과 인권운동은 대중 대신 후원자에게 종속되었다. 반면 폴란드의 KOR 역시 해외 자금을 받았지만, 민주화라는 공통 목표를 중심으로 협력했다. KOR는 노동자 가족에 대한 법률·재정 지원, 독립언론 발간, 현장 조직화 등 구체적 사회 활동을 펼치며 대중적 신뢰를 얻었고, 이는 곧 연대(Solidarność) 운동으로 확산되어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결론적으로, Type B 조직은 생존과 권력 추구에 집중하며 자원 의존의 덫에 빠지고, Type A 조직은 이념적 헌신을 바탕으로 자율성과 협력을 유지한다. 따라서 민주화운동의 성패는 외부 자금의 유무보다, 그 자금을 사용하는 조직의 동기와 구조적 성격에 달려 있다. 저자는 서방이 ‘시민사회 강화’를 명분으로 엘리트 중심 NGO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오히려 시민사회를 약화시키고 정권의 탄압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민주화 지원은 단체의 정치적 성격과 대중적 기반을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시한다.
이 논문은 두 가지 억압적 체제—공산주의 시기의 폴란드(1976–1981) 와 현대 우즈베키스탄—를 비교하여 저자의 논지를 검증한다. 두 나라 모두 인권 단체들이 반정부 운동의 중심에 섰지만, 그 구조와 동기는 현저히 달랐다.
폴란드의 KOR(노동자 방어위원회) 는 다양한 정치적 배경의 지식인들이 모여 인권 침해와 권위주의 종식을 위한 이념적 신념(Type A 조직) 으로 결집한 반면, 우즈베키스탄의 주요 인권단체들은 금지된 정치세력의 연장선(Type B 조직) 에 있었다. 두 사례는 각각 대중 동원에 성공한 이념형 조직(폴란드) 과 외세 의존으로 실패한 정치형 조직(우즈베키스탄) 의 대조적 사례로 제시된다.
두 국가는 모두 공산주의 혹은 탈공산주의적 권위주의 체제였으며, 시민사회 수준이 매우 낮고 반정부 세력이 지식인 중심의 소규모 엘리트 집단이라는 점, 그리고 경제 침체로 인한 사회적 불만이 팽배하다는 점에서 유사했다. 따라서 두 나라의 차이는 억압의 정도가 아니라 조직 내부 구조와 동기적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구성, 자원, 활동 비교
(1) 우즈베키스탄 – Type B 조직의 의존적 구조
1980년대 후반 글라스노스트 시기 형성된 우즈베키스탄의 개혁 세력은 독립 이후(1991) 곧바로 카리모프 정권의 탄압을 받았다. 정치생존을 위해 기존 야당 인사들은 ‘인권단체’라는 외피 아래 활동을 지속했다. 실제로 주요 인권단체들은 모두 금지된 정당의 지도자들이 세운 조직이며, 지도부 대부분은 “민주화가 되면 정치를 하겠다”고 답했다. 즉, 이들은 정치적 생존과 향후 권력 진입을 위한 임시 피난처로 인권단체를 이용한 것이다.
이러한 단체들은 미국 등 서방의 인권·민주화 기금(USAID, NED, Freedom House 등) 에 강하게 의존했다. 그러나 한정된 외국 자원을 두고 경쟁하면서, 단체 간 협력은커녕 서로를 비난하고 분열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기금 배분을 둘러싼 불신과 내부 파벌 싸움은 ‘권력투쟁’을 연상시켰다. 단체 활동 또한 자국 사회를 향하기보다는 서방 후원자들에게 보고서를 제출하거나 시위 성과를 보여주는 데 집중되었다. 결국, 이들은 국내 대중 기반을 잃고 국제 NGO 커뮤니티에 종속된 구조로 변질되었다.
—> 소수 야당 정치인(엘리트 중심)
(2) 폴란드 – Type A 조직의 이념적 연대와 대중 기반
반면, 폴란드의 KOR은 노동자 탄압(1976년 라돔·우르수스 사건)을 계기로 탄생했다. KOR은 정치적 당파보다 ‘인권’이라는 공통의 가치를 중심으로 결집했고, 위계적 구조 없이 집단적 의사결정을 중시했다. 정부는 헬싱키 인권협약(1975) 때문에 KOR을 노골적으로 탄압하기 어려웠고, KOR은 국제 여론과 외교적 지원을 활용해 생존했다.
KOR의 핵심 활동은 탄압받은 노동자 가족에 대한 법적·재정적 지원과 독립 출판(samizdat)·선전활동이었다. 특히 지하신문 Robotnik(노동자) 은 노동자들이 체제 비판 의식을 갖도록 교육하며, 이후 1980년 연대(Solidarność) 운동의 기반이 되었다. KOR은 자신들의 권력 획득보다 ‘사회 대 국가’라는 새로운 집합정체성 형성을 목표로 했으며, 스스로를 “당을 만들지 않는 반정치 운동(antipolitics)”이라 정의했다.
이후 KOR은 여러 인권·민주화 단체(ROPCIO, 헬싱키위원회 등)로 확산되었고, 상호 경쟁보다는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1980~81년의 대규모 노동자 파업과 연대의 탄생을 이끌었으며, 자신들의 해체(1981년 9월)를 선언하면서 민주화 운동의 대중적 주체로 역할을 넘겼다.
—> 풀뿌리, 대중을 포섭해야함
결론 및 시사점
이 두 사례는 조직의 ‘정치화 유형(politicization type)’ 이 자원 의존성(resource dependency)의 영향을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 Type B 조직(우즈베키스탄) 은 권력 추구형으로, 생존과 정치 진입이 목표였기에 외부 자원에 취약하고 협력 불가능했다.
- Type A 조직(폴란드) 은 이념 지향형으로, 권력보다 사회변화를 추구했기에 자원 의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광범위한 대중 연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 둘의 공통적인 바람은 인권증진이나, 행동과 멤버십 사이즈도 달라짐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서방 원조가 사실상 정치적 엘리트의 생계형 NGO를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이념이 아닌 도구(legitimacy tool) 로 사용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상실했다. 반면 폴란드의 KOR은 같은 외부 지원을 받았음에도 사회적 신뢰와 자율적 협력 구조를 구축하여 인권운동을 대중화시켰다.
따라서, 외국 원조가 자동적으로 시민사회를 강화한다는 통념은 비판되어야 한다. NGO = 시민사회라는 등식은 허구이며, 외부 자금에 의존하는 엘리트 중심 NGO는 오히려 정권에게 “외세의 정치 간섭” 명분을 제공하여 시민사회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요컨대, 서방이 권위주의 국가의 시민사회를 지원하려면 “누구를 지원할 것인가”를 재고해야 하며, 권력지향적 Type B 조직이 아닌 이념적·참여적 Type A 조직을 육성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화 지원의 핵심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