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와 분쟁해결
Watts, Stephen et al. 2017. Understanding Conflict Trends: A Review of the Social Science Literature on the Causes of Conflict. Washington, D.C.: Rand, pp.59-69.
국제기구(IOs)는 문제 해결, 중재, 규범 형성·사회화, 규범 위반 제재, 정보 흐름 촉진, 공동 이익 생성 등 여섯 가지 기능을 수행하며, 이러한 기능들은 국가 간 분쟁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IOs는 반갈등적 규범을 확산시키고, 소통 채널과 협상 규칙을 제공하며, 중립적 제3자로서 분쟁 해결을 촉진하고,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함으로써 무력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한다. 일부 이론은 IOs를 민주주의·무역 상호의존과 더불어 ‘칸트의 삼각구조’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며, IOs의 존재가 무정부적 국제체제를 완화한다고 본다. 그러나 IOs의 분쟁 억제 효과는 회원국 구성(특히 강대국의 참여 여부), 회원 간 상호작용 수준, 기구의 규모와 제도적 강도 등 조건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이며, 실증 결과도 일관적이지 않다. 평화유지·평화집행에서 강력한 개입은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제한적 개입은 실패하는 경향이 있다.
일부 학자들은 IOs의 평화적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IOs가 독립적 행위자라기보다 구성국, 특히 강대국의 선호를 반영하는 기구라는 점을 강조하며, IOs와 평화 간의 상관관계가 민주주의 확산이나 상호의존적 무역 구조의 효과를 단순히 대리(represent)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구들은 주로 COW, MID, ICB 등 양측성(two-sided) 분쟁 데이터와 Polity, IMF, Penn World Tables 자료를 결합하여 IO의 개입, 회원국 속성, 분쟁 결과를 분석해 왔다. IO의 개입은 민간 국가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중립성과 정당성을 가지므로 성공적일 가능성이 있지만, 그 조건은 국제적 합의의 강도에 따라 변동한다. 특히 전후 IO들의 효과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합의(consensus)에 의해 유지되어 왔으며, 이 기반이 약화될 경우 국제기구의 분쟁 억제 기능도 크게 감소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문헌은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한다: IO의 평화유지 활동은 분쟁을 감소시키며, IO는 평화적 국제규범을 확산시키고, WTO·ICJ 등 IO의 분쟁 해결 포럼은 폭력으로의 비화를 억제하는 장치 역할을 한다.
① 국제기구의 평화유지·개입 효과에 대한 논의
문헌은 국제기구(IOs)가 개별 국가보다 높은 중립성과 정당성을 갖고 평화유지·평화집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Abbott & Snidal). 정부 간 국제기구(IGO)의 개입은 단독 개입보다 분쟁 종식을 더 잘 유도하며, 특히 군사적 개입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코딩 방식에 따른 착시일 가능성도 있다(Frazier & Dixon). 강력한 IO 결정과 강도 높은 개입은 갈등 종식에 기여하지만, 소규모 중재는 대부분 실패한다(Haas). 비군사적 개입에서도 IO의 ‘구속력 있는 분쟁 해결 절차’가 가장 효과적이다(Hansen et al.). 그러나 반론도 많다. 일부 연구는 집단안보기구의 개입이 평화 가능성을 높이지 못하며(Boehmer et al.), UN 개입 역시 폭력 강도나 분쟁 재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보고한다(Diehl et al.).
② IO의 규범 확산·평화적 행태 촉진 효과에 대한 논쟁
IO는 중앙집중화와 독립성이 결합된 제도적 장점을 통해 규범을 확산시키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된다(Abbott & Snidal). 민주주의·무역과 함께 IO는 ‘칸트 평화 삼각구조’의 한 축으로서 협력 규범, 상호성, 투명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Russett & Oneal). 그러나 실증결과는 일관되지 않다. 공동 IO 회원국끼리 갈등이 줄어든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전혀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갈등이 증가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Gartzke et al.). 특히 IO의 평화 효과는 IO의 종류, 회원 구성, 강대국 참여 여부, IO의 제도적 강도에 따라 달라지며(Boehmer et al.), IO가 민주화 확산을 촉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평화를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Mansfield & Pevehouse). 다른 연구는 “IO 때문이 아니라, 원래 유사한 외교·네트워크 구조를 갖는 국가들이 IO에 함께 가입했기 때문에 갈등이 적다”고 반박한다(Hafner-Burton & Montgomery). 또한 IO 회원국은 국외 이해관계가 많아 충돌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으며, 동맹국 간 폭력 분쟁이 더 빈번하다는 연구 역시 있다.
③ IO의 분쟁 해결 포럼 기능과 정보 역할
IO는 협상을 위한 안정적 공간을 제공하고, 사실확인·조기경보·중재·재판 기능을 수행해 갈등 확대를 차단한다. 이는 IO가 중립적 제3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능하다(Russett et al.). IO는 정보 공유를 촉진해 비대칭 정보를 완화하고, 이를 통해 전쟁 비용-편익 계산을 변화시켜 갈등 발발을 억제한다(Boehmer et al.; Dorussen & Ward). IO는 다자간 분쟁 해결을 촉진하지만 양자 협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Shannon et al.). 그러나 분쟁의 ‘발생’을 막지 못해도, IO 회원국 간 분쟁의 ‘지속 기간’을 줄이는 효과는 발견된다. 또한 IO를 통한 간접 네트워크 연결도 갈등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으며, 네트워크에서 유사한 위치(구조적 등가성)를 가진 국가들끼리는 갈등이 적다(Maoz et al.). 제도적으로 가장 구조화된 IO와 안보·외교 기능을 가진 IO가 갈등 감소 효과가 가장 크며, IO는 전쟁 대신 제재·금수조치 같은 비폭력적 수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일부 실증 연구는 동맹국 간 갈등이 더 잦다는 점을 지적하며, IO의 규칙이나 포럼이 분쟁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① IO 개입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평화유지·개입(peacekeeping)
연구는 UN 개입 여부·개입 방식·분쟁 강도 등을 파악하기 위해 ICB 개입 랭킹, Haas의 자체 분쟁 DB, ICOW 데이터(영토·해양 분쟁), COW/MID 자료 등을 활용한다. 실증 결과는 IO 개입에 일정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그 효과는 조건부적이며 제한적이다. 특히 강제력 있는 개입, 군사적 요소 포함, 또는 분쟁의 근본 원인을 직접 다루는 개입일 때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약한 중재는 대부분 실패한다. IO 개입은 ‘폭력 완전 종식’보다는 ‘폭력 강도(violence intensity) 감소’나 ‘소규모 분쟁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동시에 UN 개입이 폭력 수준이나 재발을 줄이지 못한다는 비판적 연구도 있어 IO 개입 효과에 대한 실증적 합의는 확고하지 않다.
② IO의 규범 확산 효과에 대한 실증 연구: Norm diffusion
Russett & Oneal 등은 COW·MID(분쟁), IMF·Penn World Tables(GDP·무역), Polity(민주주의), COW 동맹 데이터를 결합해 IO 공동회원국 간 전쟁·분쟁 가능성 감소 여부를 테스트한다. 일부 연구는 IO가 협력 규범을 확산시키고, 특히 강대국이 참여한 IO일수록 평화 효과가 나타남을 보여준다. IO는 신생 민주주의의 제도적 공고화(making democracy “stick”)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규범 확산 효과 역시 제한적이며, 공동 IO 가입 효과가 민주주의, 무역 상호의존, 혹은 동일한 국익·네트워크를 가진 국가들의 자연스러운 분류 효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크다. 즉, IO가 평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평화적·유사한 국가들이 IO에 더 많이 가입했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IO 회원국이라도 국제 체제 내 권력 분포가 여전히 분쟁 위험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동한다.
③ IO의 분쟁 해결 포럼 기능에 대한 실증 연구: Dispute resolution mechanisms
IO가 분쟁 해결 포럼을 제공한다는 가설은 실증적으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는다. 연구는 MID·COW 자료와 IO 제도화 수준(기구의 institutionalization 정도), Polity, 동맹·상대적 힘 데이터, 네트워크 분석 등을 활용한다. 구조화된 IO일수록, 특히 안보·외교 중심의 IO일수록, 제도화된 분쟁 해결 절차가 있는 IO일수록 갈등 발생률이 낮다. IO는 정보 교환, 사실확인, 조기경보, 중재·재판 기능을 통해 분쟁 확대를 억제하며, 분쟁 발발을 막지 못하더라도 분쟁 지속 기간(duration)을 단축한다. 네트워크 연구는 IO를 통한 간접 링크조차 갈등을 대체할 수 있음(communication channel 제공)을 보여주며, 특히 네트워크에서 구조적으로 유사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은 갈등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 그러나 IO 회원국 간 규칙·기제에 대한 의견 충돌로 갈등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전반적 평가: IO는 분쟁관리·조정 메커니즘 제공에서는 분명한 효과를 보이지만, 성공 여부는 IO의 제도적 강도, 회원 구성, 대국 간 합의, IO 간 중복·경쟁 여부 등 미래의 제도 환경 변화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